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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메탈, 소리를 잃고 마음으로 듣는 삶의 전환점

by 영화 감상평 2025. 4. 17.

사운드 오브 메탈은 청력을 잃은 드러머가 절망을 지나 다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음악과 청각, 고요함과 소음의 대조를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장애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지 청력 상실이라는 장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변화와 진짜 수용의 과정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드럼 앞 조용히 앉은 남성

 

진짜 자신과 마주한 드러머

사운드 오브 메탈은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하던 루벤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는 연인과 함께 순회공연을 하며 음악에 전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귀에 이상을 느끼게 되고, 병원을 찾은 끝에 청력을 대부분 잃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음악이 인생의 전부였던 루벤에게 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었습니다. 혼란과 분노 속에서 청각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실제 청각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촬영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공동체를 이끄는 조 역을 맡은 폴 레이시는 실제로도 수어(수화)를 사용하는 배우로, 연기는 청각 문화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주연을 맡은 리즈 아메드 역시 이 작품을 위해 드럼 연습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어를 배웠고, 청력 상실에 대한 자료를 깊이 있게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감독 다리우스 마더는 ‘청각이 사라진다는 것이 단지 소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서 전체가 바뀌는 것’이라는 점을 관객이 체감하길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관객이 루벤의 청각 상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사운드 디자인을 정교하게 구성하였으며, 이는 이 영화가 가진 큰 특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잃음에서 시작된 이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장애 극복이 아닙니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에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 하느냐에 초점을 둡니다. 루벤은 처음에는 이를 극복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며, 반드시 청각을 되찾겠다는 목표에 집착합니다. 수술을 통해 다시 소리를 듣는 길을 선택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답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작품은 ‘고요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줍니다. 루벤이 머물렀던 공동체는 청력을 되찾게 해주지 않지만, 대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줍니다. 처음엔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던 환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편안함을 주며, 그는 비로소 자신이 진짜 두려워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정체성과 사랑, 삶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에서 자신을 수용하는 것이 훨씬 깊은 성장이라는 점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는 특정 상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나 상실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로 다가옵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

사운드 오브 메탈은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긴장감과 몰입을 끌어냅니다. 처음에는 드러머의 일상을 보여주는 음악 영화처럼 보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의 흐름이 존재하는지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감상 중 가장 강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사운드 디자인이었습니다. 루벤이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의 음향 처리, 그리고 인공 와우 수술 후 왜곡된 소리를 들을 때의 혼란스러운 사운드는 관객에게도 청력 상실이라는 감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줍니다. 이는 영화가 가진 독특한 몰입 포인트로, 시청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관객 평가 또한 긍정적입니다. 단순히 청각 장애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을 넘어, 삶의 전환과 수용이라는 더 깊은 주제를 담았다는 데에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 평론가는 “이 영화는 소리를 잃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되찾는 여정에 가깝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그 안에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조용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 담긴 진심은 절대 작지 않습니다. 상실을 다룬 많은 영화 중에서도 이 작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체성, 관계, 수용이라는 주제를 차분하게 풀어내며, 깊은 감정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