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애니멀스(2018)는 2004년 미국에서 발생한 희귀본 도난 사건을 바탕으로, 평범한 대학생들이 범죄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는 젊은 세대의 정체성 혼란, 허구와 현실의 충돌, 범죄의 낭만화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하며, 우리가 성공과 특별함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특별한 삶에 대한 집착
주인공들은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희귀본 도난이라는 터무니없는 범죄였습니다. 이들의 범죄는 물질적 욕망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젊은 세대의 불안과 공허함에서 생겨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문제는 젊은 세대가 평범함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도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집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라,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성공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괴리는 젊은이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주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만듭니다. 아메리칸 애니멀스는 이러한 심리를 잘 녹여냈습니다. 주인공들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 속에서,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극적인 사건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그들이 동경했던 ‘특별한 삶’은 한순간의 착각에 불과했음이 깨닫습니다. 이는 현대 젊은이들이 처한 정체성의 혼란을 나타내며,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특별한 삶’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집니다.
허구와 현실의 충돌
아메리칸 애니멀스는 허구와 현실을 교묘하게 조합해,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가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해 줍니다. 인물들은 영화와 소설에서 본 대로 범죄를 계획하며, 자신들이 주인공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범죄는 영화처럼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들은 계획 단계에서 자신들의 범죄를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 같은 멋진 강도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실행에 들어가자 모든 것이 엉망이 됩니다. 이 작품은 이들의 착각을 꼬집으며, 미디어가 현실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현대의 젊은 세대는 드라마,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 역시 극적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한 컷의 편집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현실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주인공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이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현실 속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아메리칸 애니멀스는 이처럼 허구와 현실의 간극을 가지고, 현대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미디어에 의해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계획하고 실행한 범죄
2004년 미국 켄터키주 트랜실베이니아 대학교 도서관에서 발생한 희귀본 도난 사건은 평범한 대학생 네 명이 범죄에 빠지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주인공 워렌 립카, 스펜서 라인하드, 에릭 보르사크, 체스 앨런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희귀본을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이들은 범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기 위해 도서관을 사전 조사하고, CCTV 위치와 보안 시스템을 분석하는 한편, 범행 당일 신분을 숨기기 위해 노인 분장을 하는 등의 치밀한 전략을 구상합니다. 또한, 도서관 사서를 빠르게 제압하기 위해 테이저건과 수갑을 준비하며, 자신들의 범죄가 영화 속 강도처럼 스마트하고 완벽하게 진행될 것이라 착각합니다. 그러나 범행 당일, 그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엉망이 됩니다. 테이저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서를 강제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결과 주인공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가까스로 희귀본을 가방에 담았지만, 책의 무게가 예상보다 무거워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어려웠고, 결국 경보가 울리면서 도서관 직원들에게 범행이 발각됩니다. 이들은 급하게 도망쳤으나 이미 경찰 수사가 시작된 상태였습니다. 이후 뉴욕으로 이동해 장물아비를 통해 책을 처분하려 했지만, 감시 카메라와 도서관 내부 증거들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FBI에 의해 모두 체포됩니다.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한 이들은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단순한 도난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범죄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메리칸 애니멀스는 이 사건을 단순한 범죄 실화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성공에 대한 집착과 평범함에 대한 두려움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길을 잃은 현대 청년들의 심리를 강렬하게 조명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