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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그레이드: 어설퍼도 괜찮은, 사춘기의 진짜 얼굴

by 영화 감상평 2025. 4. 10.

에이스 그레이드는 중학교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사춘기 소녀가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SNS, 외모, 친구 관계에 흔들리는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그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려는 한 소녀의 진심이 진하게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청소년기 감정의 진폭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었고, 어른들에게도 사춘기의 진짜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학교 식당에 혼자 앉은 소녀

 

겉으론 괜찮은 척

에이스 그레이드는 중학교 2학년, 즉 ‘8학년’의 마지막을 보내는 열네 살 소녀 케일라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SNS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현실에서는 말도 잘 못 하고, 친구도 별로 없고, 늘 불안합니다. 학교에서는 주목받지 못하고, 파티에 초대받아도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케일라는 그런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려 애씁니다. 유튜브에 자신감을 주제로 한 영상을 올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도 조금씩 말해보려 노력합니다. 어설프지만 진심이 담긴 그녀의 모습이 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이 작품은 코미디언 출신 감독 보 번햄의 첫 장편 연출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직접 사춘기를 경험한 10대가 아니라 20대 후반의 성인 남성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불안 장애를 겪으며 느꼈던 감정이 사춘기의 감정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 케일라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주연 배우 엘시 피셔는 실제로도 10대였으며,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연출된 것이 아니라 정말 현실 속 케일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말끝을 흐리거나, 눈을 피하거나, 괜히 웃는 모습까지 모두 실제 중학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전문 배우보다 ‘진짜 같은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전했고, 그것이 이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불안한 자신도 괜찮다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지금 불안하고 서툰 모습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많은 청소년 영화가 성장이나 변화의 ‘결과’를 보여주는 데 비해, 에이스 그레이드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한순간에 변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말을 더듬고, 어색하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용기를 내는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고 감동적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요즘 시대에 맞는 고민을 잘 보여줍니다. SNS에서 멋진 척하지만 실제로는 불안하고, 친구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부모와 소통이 어렵다는 점은 많은 10대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익숙한 문제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설정 속에서 케일라는 아주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버지와의 대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그녀가 스스로를 싫어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나는 너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라고 말해줍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위로나 훈계가 아닌, 진심 어린 응원이자, 이 영화 전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존재를 인정해 줄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에이스 그레이드는 눈에 띄는 사건 없이도 큰 공감을 끌어냅니다. 실패하고, 민망하고, 때론 조용히 울기도 하지만, 그런 모든 순간이 모여 진짜 ‘성장’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자존감이 낮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작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작은 이야기지만 오래 남는다

에이스 그레이드는 아주 작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의 여운이 깊어지는 영화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케일라가 느끼는 작고 복잡한 감정들이 매우 현실적이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올려봤을 외로움, 긴장감,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이 잘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는 과장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실하게 느껴집니다. 파티에서 혼자 있는 장면, 좋아하는 친구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순간, 거울 앞에서 연습하는 장면은 모두 큰 사건은 아니지만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모여 관객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입니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10대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어색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도 “내가 중학생일 때 이런 영화를 봤다면 위로를 받았을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에이스 그레이드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고 서툴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줍니다. 영화는 “어설퍼도 괜찮다, 지금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 작품은 누구나의 사춘기였고, 지금도 계속되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